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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데리고 비행기 타기. 준비&실전 (한국 - 캐나다) #1우리 집 야옹이 2020. 11. 23. 17:26
한국에서 캐나다로 올 때, 10살 된 우리 고양이 두 마리도 함께 왔다.
우리 고양이 두 마리는 1년 사이에 총 세 번의 비행을 한 셈인데(1. 인천->토론토(경유) / 2. 토론토->몬트리올, (1년 후) 3. 몬트리올-> 밴쿠버) 몬트리올에서 밴쿠버로 올 때는 요령이 생겨서인지, 나는 나름 여유 있었다.
단, 이때는 항공사가 문제였음 ㅠㅠ 이 이야기는 차차 정리하고, 우선은 한국에서 캐나다로 고양이를 데리고 올 때 준비한 과정을 정리해본다. (얘기가 길어서 나눠서 올릴 거다.)
캐나다로 오기 전에 내가 가장 많이 검색해본 내용이기도 하고, 동물병원 여러 곳과도 많은 논의를 했던 터라 나와 비슷한 상황에 고민 중인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일단 우리 집을 지키는 고양이 두 마리를 소개한다.
첫째 고양이는 몸무게 7.5킬로그램 정도. 그리고 여기 올 때 나이는 만 9.5세 정도였다.
(2010년 2월 생. 2019년 10월에 비행기 탑승.)
진짜 예민한 녀석이라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고, 집 밖으로 나가는 걸 극혐하는 스타일이고 '다른 고양이 싫어. 다른 사람 끔찍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을 정도로 10년간 같이 살아온 둘째 고양이한테도 옆을 잘 안 주고 낯선 사람에게는 공포심을 느낀다.
둘째 고양이는 몸무게 9킬로그램 정도. 나이는 첫째와 같다. 네 달 정도 늦게 태어났을 뿐.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하고, 집 밖에 나가는 거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녀석이다.
어느 정도냐면, 동물병원 갈 때 리드줄 없이 안고 가도 엄청 얌전하게 구경 다 하면서 다니고 심지어 집 밖에서도 내가 부르면 가던 길 멈추고 돌아온다. ㅋㅋㅋㅋㅋ 거의 착한 댕댕이 수준.
문제는 이 녀석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약간 폐쇄공포 플러스 멀미가 생긴 것 같다는 점이었다.
언젠가부터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캐널에 토하고 똥 싸는 게 기본 옵션이라서... 이 부분이 너무 걱정이었다.
- 1. 항공기 결정
그래서 캐나다로 이사 가는 것이 결정된 후, 가장 처음 한 고민은 동물용 화물칸으로 보내느냐, 내가 데리고 비행기에 탑승하느냐의 문제였다.
처음엔 생각해볼 것도 없이, 비행기에 데리고 타려고 했다.
사실은 이 두 녀석들보다 내가 더 쫄보라서... 내가 없는 곳에 얘네가 갇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무서웠으니까.
그래서 캐리어 무게 포함 10킬로그램이 조금 넘어도 데리고 탈 수 있다는 '에어캐나다'로 고민 없이 결정했다.
(항공사마다 기내에 데리고 탈 수 있는 반려동물 무게 제한이 다르다. 내가 알기로는 에어캐나다가 제일 관대한 편!)
- 2. 기내 탑승 Vs. 동물용 카고
그런데 검색하고 문의하다 보니, 기내용 캐리어 사이즈가 매우 작고(좌석 아래에 가방 넣게 되어 있는 곳, 거기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캐리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비즈니스석을 이용해도 기내용 캐리어 사이즈는 변동이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기내용 동물 탑승은 1인 한 마리만 가능하다. 나는 기내로 데려올 경우에 고모나 친한 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캐나다로 들어오려고 했었다.)
우리집 고양이들이 웅크릴 대로 웅크린 채로, 환승 포함 18시간 정도를 버텨야 한다는 건데... 둘째의 문제와 첫째의 문제가 고스란히 그려졌다.
첫째는 내가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걸 아는 것처럼, 자신이 느끼는 모든 위험 상황에서 나만 있으면 미친 듯이 운다. (내가 없으면 또 괜찮음...)
상상만으로도 나의 멘붕은 충분히 예측됐다.
기내에서 똥냄새가 퍼지고(둘째), 한 마리가 미친 듯이 울고(첫째)... 모든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
이건 나나, 고양이들이나, 타인을 위해 못 할 짓 같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상상도 한 적 없던 동물용 화물칸으로 아이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한 후에도 엄청나게 더 고민하고 걱정했지만, 결론적으론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번에 안 건, 우리의 고양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엄청 강하다는 것!!!
또, 에어캐나다의 동물 탑승 정책을 찾아 보니 동물용 카고가 따로 있고 크루들이 동물 운반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조금은 안심을 했다.
-3. 동물병원 진료 및 캐널(케이지) 구입
결정을 했으니, 이제 비행기 예약과 캐널 구입 및 동물병원 진료가 남았다.
동물들이 캐나다에 입국하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광견병 예방접종을 해야 밖으로 나갈 수가 있다. 또 수의사 선생님의 증명서 또한 필요하다. (나라마다 다름)
나는 우선 우리 고양이들을 10년간 꾸준히 봐주신선생님께 문의를 드렸는데, 선생님이 해주실 수도 있으나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을 다 챙겨주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해외로 나가는 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으로 가라고 추천해주셨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병원이 있었으나 우리 집에서 너무 멀어서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공덕에 있는 '날으는동물병원'에 예약을 하고 다녀왔다.
결론적으로 날으는동물병원은 매우 친절하고 좋았다. 완전 강력추천할 수 있을 만한 곳!!!
특히 수의사 선생님이 문진하시면서, 이 아이는 외국에서 이런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듯한데 그 용어가 이런이런 거니 기억해두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으셔서 더 좋았다.
만약 외국에 나갔다가 2년 내에 한국으로 들어올 계획이 있다면 광견병 주사와 증명서 외에도 마이크로칩과 광견병 항체 검사 증명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외국에서 동물을 들여올 때 마이크로칩과 광견병 항체가 있어야만 입국시켜주기 때문이다.
사람이랑 다르게, 동물들은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
우리는 2년 내에 돌아올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광견병 항체는 검사하지 않았고 대신 마이크로칩은 시술했다.
혹시 모르니까.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는데 추후 정리하는 것으로.)
애니멀 카고용 캐널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다양하게 준비할 수 있지만, 가능한 병원에서 구입할 것을 권한다.
나는 날으는동물병원에서 구매했는데, 카고용 캐널은 아이들이 일어났을 때 머리가 닿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직접 아이들이 들어가서 움직이는 걸 확인한 후, 가능한 편하게 있을 만한 사이즈로 구매했다. (겁나 큼...)
집에 와서 찾아보니 온라인이랑 가격 차이도 없었고 특히 내가 산 건 국내 사이트에서 찾기 어려운 제품들이어서 직구하는 가격을 생각해보니 더 싼 편이었다.
-4. 비행기 탑승 전, 건강검진 필요할까?
날으는동물병원에 가기 전 '백산동물병원'에도 문의를 했었다.
어쨌든 만 10살 가까이 된 아이들이었고, 가까운 곳도 나가지 않던 고양이들이 장거리를 가야 했기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종합검진을 철저히 하고 증명서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백산은 해외 증명서 발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당장 건강상 문제가 없는 데다가, 몇 달 전에 이미 간략하게 건강검진을 하고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왔던 터라 종합검진을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장거리 비행이라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기 전에, 건강검진을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게 이유였다.
동의했고, 원래 다니던 병원의 선생님께 다시 문의했을 때도 같은 답변을 주셨다.
그런데 우리 고양이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했었기 때문에 검사 기록상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 이건 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 같다.
-5. 비행기 타기 전 고양이 안정제, 복용이 좋을까?
이 문제도 병원 세 군데와 상담을 했는데 동일한 결론은 'NO'였다.
이유는 장거리이기 때문이었다.
안정제가 모든 고양이들에게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게 아니고 지속시간이 17시간까지는 가지 않는데, 중간에 정신을 차렸을 때 낯선 곳과 낯선 소움이라면 더 극한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으니 서서히 적응하게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카고에 있는 아이들이라면 보호자가 육안으로 확인을 할 수 없고(할 수 있다 해도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방법이 없다), 고양이가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데 약을 복용한 상태라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안정제도 복용하지 않았다.
-결론. 집사가 문제다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느냐 하면, 아이들을 데려오는 모든 과정에서 가장 멘탈이 나가고 눈물 파티를 하고 난리를 피운 게 나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공항까지 갈 때, 아주버님이 우리 고양이들을 태워주셨는데(나는 다른 차) 엄청 얌전하게 공항까지 왔다고 한다.
나는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다.
차로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할 때 정말 환청이 남을 것 같은 야옹파티와 똥파티, 토파티를 경험했었는데 정작 내가 없으니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공항에서 나를 본 직후부터 다시 야옹파티가 시작됐지만 ㅠㅠ)
비행기 수속을 할 때 진짜 안전한 거 맞느냐며, 애니멀 카고엔 비즈니스가 없느냐며 진상을 부린 것도 나...
카고로 아이들을 먼저 보낼 때 가장 난리를 치며 죽어도 못 보내를 찍은 것도 나...
토론토공항에서 환승하느라 애들 캐리어 찾았을 때,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대성통곡해서 주변의 도움을 받은 것도 나...
오히려 우리 고양이들은, 패드에 쉬만 몇 번하며 잘 왔고 (토론토공항에서 나 보고 난리치긴 했지만...) 몬트리올에서도 나보다 먼저 적응했다.
몇 달 전부터 내가 불안해하면 아이들도 불안해할 거라며 내 마음을 다독였지만 제일 준비가 안 된 건 나였을 뿐.
그러니 부디, 모두 멘탈 잘 잡으시길 ! 그것만이 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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